육십사일째 날
불교사상을 정리한 석가모니
- ♣ : 나왔냐? 오늘은 불교 사상에 대해서 알아보자.
- ♧ : 그러세요. 계속 대화가 기독교 쪽이라서 좀 거시기하니까요.
- ♣ : 불교사상은 깨달음을 이루면 누구나 부처라 했으니,
- 석가모니 싯달다 이전에도 부처는 얼마든지 있었고,
- 석가모니 싯달다 이후에도 누구나 깨달으면 부처다.
- 따라서 누구나 진리를 깨달으려 노력하면 그는 부처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고.
- ♧ : 그러면 부처는 ‘깨달은 사람’을 통칭하는 말이에요?
- ♣ : 기독교의 ‘그리스도’도 마찬가지이다.
- ♧ : 기독교에서는 ‘하느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’라고 하던데요?
- ♣ : 지금의 기독교에서는 ‘그리스도’를 그렇게 사용하고 있지만 원래 뜻은 그게 아니다.
- 그리스도의 어원(語源)인 ‘메시아’라는 말은 원래 히브리어의 ‘하마시아’에서 유래한다.
- 하마시아는 ‘神이 기름 부은 자’ 라는 뜻이고, 신이 기름 부은 자란 ‘구세주’라는 뜻이다.
- 그 하마시아가 그리스에 가서 ‘메시아스 ’가 되었고, 이것을 그리스어로 번역하면 ‘그리스도스 ’가 된 다.
- ‘예수 그리스도’는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.
- 구약시대에 메시아란 칭호는 사울, 다윗, 기레키아, 페르시아의 시라 등 왕들이나 승려들에게도 주었다.
- 그러므로 예수가 출현할 당시 유대인들이 기다리던 메시아 그리스도란,
- 로마제국으로부 터 유대민족을 해방시키고 유대왕국을 건설할 사람으로 알았으니,
- 이 기다림은 예수가 출현한지 2,000년이 지난 지금도 예수를 부정하는 유대인들에겐 ‘시온이즘’으로 남아 있다.
- 그 후 이러한 ‘메시아’의 의미는 예언자나 신에 의해 특별 임무를 부여받은 명칭으로도 사용되었고,
- 기독교에 와서는 예수를 신격화하면서 또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.
- ♧ : 그러면 그리스도라는 의미를 기독교에서 변질시켜 사용하고 있군요.
- ♣ : 본래의 불교사상도 석가모니만이 부처가 아니고,
- 누구나 깨달으면 부처이기에 동양사회에서 무당, 박수, 만신, 태주 등이 부처 그림이나 상(像)을 놓고 있는 것은, 석가모니를 상징한 것이 아니고,
- 점(占)보는 데 협조하는 죽은 영(靈)의 ‘깨달음 목적’이다.
- ♧ : 그렇군요. 그러면 각 사찰에 있는 불상들은 뭐예요?
- ♣ : 사찰마다 있는 불상은 불상을 안치한 사람 마음인데,
- 대개 사찰들은 스스로의 깨달음 목적이 아닌 나름의 부처나 보살이라고 명칭이 있더구나.
- 이것은 불교사상이 원래의 ‘깨달음 위주 ’에서 ‘잘 먹고 잘살기 위한 기복(祈福)사상’이 섞였기 때문이다.
- ♧ : 그러니까 불교사상도 원래의 ‘깨달음 사상’에 ‘기복 사상’이 섞였네요.
- ♣ : 불교만 그러냐? 기독교는 안 그러냐?
- 기독교 사상도 원래는 이해 양보의 사랑 체험인데 기복 사상이 섞였더구나.
- ♧ : 그런데 왜 다들 그렇게 기복사상이 섞인데요?
- ♣ : 그게 다 너희 인간들의 수준이 낮아서 생긴 폐단이다.
- ♧ : 인간들의 낮은 수준 탓이에요?
- ♣ : 물질적으로 잘 먹고 잘산다는 기복사상이 떡밥으로 섞여 있지 않으면 수준 낮은 너희들은 깨달음에 관심이 없고,
- 잘 먹고 잘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기복사상이 섞여야 관심을 가지니 어떻게 하냐?
- 그러니까 결국은 수준 따라 최선으로 수준 낮은 너희들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.
- 어린아이 때에는 사탕이나 먹을 거를 준다고 해야 교회에 갈 마음이 생기니까 그게 최선이듯,
- 너도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 봐라, 조금이라도 그런 바람이 없었나를.
- ♧ : 듣고 보니 좀 쑥스럽네요.
- ♣ : 이렇듯 불교사상은 개개인 스스로의 깨달음 위주이기에 특정 신(神)과의 뜻(목적) 합일(合一)이 아니다.
- 이러한 불교사상이 2,500여 년 전 석가모니 이전에는 960여 개의 종파가 비슷비슷한 주장으로 난맥을 이루고 있었다.
- 이때에 석가모니가 나타나 깊고 넓게 하나로 정리하여 단일 불교사상이 되었다.
- ♧ : 아, 그러니까 불교사상은 석가모니가 느닷없이 나타나 발표한 게 아니었군요?
- ♣ : 인류역사 앎의 성장 과정이 그렇듯,
- 불교사상도 석가모니가 느닷없이 나타나 발표한 게 아니고,
- 샤머니즘으로 시작해 여기저기서 발전한 사상을 석가모니가 한 단계 상위 개념으로 정리한 것이다.
- ♧ : 유일신 사상도 이스라엘민족을 거쳐 기독교로 발전했듯이요?
- ♣ : 이제 본격적으로 석가모니가 설파한 아함부 12년, 방등부 8년, 반야부 21년, 법화부 8년=총 49년 내용을 살펴보자.
- ① 초등학교 수준인 ‘아함부의 구사학’엔 삼세실유 제법항존(三世實有諸法恒存 )이라 하여 우주의 모든 것은 ‘사실 그대로 있는 것 ’이라 했다.
- ② 그러나 중학교 수준인 ‘방등부의 성실론과 삼론’에서는 우주는 ‘모두 빈 것(空=0=제법 개공= 諸法皆空 )’이라고 했으니,
- 이렇게 초등학교 수준에선 모든 것은 “사실 그대로 있는 것이다. ”라고 긍정했던 것을 중학교 수준에서는 “사실 모든 것은 없는 빈(空) 것이 다.”라며 부정했다.
- 그런데 이 과정은 앎을 깨우쳐 주는 二分法으로, 수준 낮은 초등학생들에게 처음부터 ‘우주는 빈 것 ’이라고 하면 알아듣지 못하겠기에,
- 처음에는 “우주는 사실 그대로 있는 것이다.”라고 했다가, 앎이 어느 수준에 이르자 正, 分, 合 원칙인 상대성(分=二分法 )을 가르친 것이다.
- ③ 그러고는 다시 고등학교 수준인 ‘반야부의 유식학 ’을 보면,
- “우주 만물이 사실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.”라고 하여,
- 부정도 긍정도 아닌 공(空)과 유(有)가 하나라고 하는 색즉시공 공즉시색(色卽是空空卽是色 )의 중도사상 (中道思想 =二分法)이 된다.
- ♧ : 그 유명한 ‘색즉시공 공즉시색’이라는 말이 그거예요?
- ♣ : 들어본 적이 있구나.
- ♧ : 그럼요.
- ♣ : 그랬다가 ,
- ④ 대학 수준인 ‘법화경’ 화엄경의 ‘10지론’, ‘기신론’, ‘화엄론’ 등에 가면, 다시 ‘우주는 있는 그대로가 법=진리=사실’이라고 했다.
- 우주의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가 법으로서 변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(시법주법위 세간상상주 = 是法住法位世間湘常住 ).
- ♧ : 처음 초등학교 수준에서 “우주의 모든 것은 사실 있는 그대로다.”라고 했다가,
- 대학 수준에 와서 다시 “우주는 있는 그대로가 법이다.”라고 했다면 결국 같은 이야기 아닌가요?
- ♣ : 석가모니가 대학 수준에 가서 다시 “우주가 곧 진리이다.”라고 한 것은,
- 초등학교 때의 “우주의 모든 것이 사실 그대로 있는 것이다. ”라는 것과는 다르다,
- 1. 초등학교 수준에서 말한 긍정은 부정(分=과정)을 거치지 않은 긍정(正=원인)이며,
- 2. 대학에 올라와서 모든 것이 사실 그대로라고 하는 긍정은 부정(分=과정)을 거쳐 깨우친(성장) 긍정(앎= 合=결과)이기에 초등학교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.
- ♧ : 결국 한 바퀴 돌았네요,
- ♣ : 또 모든 인간은 똑같이 무지(無知)로 태어나 깨달음의 과정에 차이가 있을 뿐임을 화엄경에서 밝혔으니,
- 모든 인간은 성불할 수 있는 똑같은 재료(금으로 비유)인데, 다만 닦고(깨달음), 안 닦고(無知)의 차이 뿐이라고 했다.
- ♧ : 네에.
- ♣ : 그리고 깨달으려 할 때는 반드시 주의해야 할 4가지가 있다고 했으니,
- 첫째, 진리를 들을 때 말이나 글자에 얽매이지 말고 그 뜻에 의지하라.
- 둘째, 기존 사회 상식에 얽매이지 말고 지혜(깨달음=영의 느낌= 直觀 )에 의지하라.
- 셋째, 말하는 사람의 인격에 대한 선입관을 갖지 말고 그 사람의 말에만 의지하라.
- 넷째, 불경 중 화엄경 80권인 요의경만이 문제이고 모든 다른 불경은 화엄경의 수준까지 이끌기 위한 것이니,
- 요의경에 이르면 그때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요의경에만 의지하라.
- ♧ : 맞는 말인데 쉽진 않지요.
- ♣ : 어느 정도 기초가 있으면 ‘의미가 이어져’ 알아듣기 쉽다.
- ♧ : 그래요?
- ♣ : 그래서 새 시대의 첨단인 지금 여기저기서 正, 分, 合 원칙과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와 사람들의 앎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.
- ♧ : 그래서 요즈음 저승의 영혼들이 인류에게 뜻을 전하는 영적 서적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, 또 사람들도 그런 쪽으로 관심을 갖는군요.
- ♣ : 그렇다. 그 모두가 때가 되어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다.
- ♧ : 그러나 그런 서적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는 것이 혼란으로 이어져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거 같은데요.
- ♣ : 저승 영들의 수준이 천차만별이기에 그렇기도 하지만, 크게 보면 그런 책들의 등장으로 새로운 앎에 대해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게 분위기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.
- 기독교의 성령활동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지만 그래도 하느님의 섭리가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듯이.
- ♧ : 그렇군요.
- ♣ : 누구나 새로운 진리를 받아들이려면 우선 마음부터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.
- 그 증거로, 새로운 진리를 이해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보자.
- 석가모니를 따라다니던 제자가 있었다.
- 그런데 당시에는 육체가 쇠약해져야 그에 비례하여 정신력이 강해진다고 생각했으니, 이것은 지금도 그 지역에서 상식으로 통한다.
- ♧ : 육체가 쇠약해져야 정신력이 강해진다고요?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거 아닌가요?
- ♣ : 목적 없이 육체가 쇠약해지면 그렇지만, 정신력을 키우기 위해 육체를 쇠약하게 하는 것은 목적이 정신집중이기에 효과가 있다.
- 그래서 성경에도 엘리야나 모세나 예수나 ‘하느님(神) 과 뜻(목적)을 하나(合一)로 하기 위해 정신력을 키우는 40일씩의 단식’이 있었던 것이다.
- ♧ : 맹목적으로 육체가 쇠약해지는 게 아니라, 전체성(0)에 집중한 육체 쇠약은 영의 진화에 도움이 된다는 거네요?
- ♣ : 그래서 석가모니도 진리를 깨닫기 위해 6년간 악의악식 (惡衣惡食)과 단식을 했다. 개체욕망의 부정을 실천하는 과정이지.
- ♧ : 갈비뼈가 드러나도록 6년간 고행을 했다는 거요.
- ♣ : 그런 고행 끝에 드디어 깨달은 석가모니는 ‘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’의 생활을 했지.
- 그런 석가모니를 이해 못한 제자 하나가 어느 날, “선생님 깨달음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악의악식을 해야 하는데 어째서 선생님은 호의호식하십니까?” 하고 따졌다.
- 그러자 석가모니는 “내가 호의호식하는 것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?”라고 대답했다.
- ♧ : 제자 말이 맞는 거 아니에요?
- ♣ : 석가모니의 대답은 내가 먹고 입는 것은 욕심이 있어 집착함이 아니고, 누가 갖다 주니까 생겨서 입고, 생겨서 먹는데,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? 는 것이다.
- 호의호식에 미련과 집착이 있어서 입고 먹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.
- ♧ : 그런 뜻인가요?
- ♣ : 결국 석가모니가 6년 고행으로 깨달은 것은 나의 모든 것이 외부(밖)에 있는 게 아니라, 내부인 내 마음(一切唯心造 )에 있다는 것이었지.
- ♧ : 아, 비슷한 이야기가 생각나네요.
- ♣ : 뭔데?
- ♧ : 원효가 의상과 같이 중국으로 가다가 온종일 걸었더니 피곤해서 그런지 밤중에 자다가 목이 말라 여기저기 더듬다가,
- 웬 그릇에 물이 가득 담겨 있기에 벌컥벌컥 맛있게 마셨는데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대요.
-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어젯밤에 무슨 물을 먹었기에 그렇게 시원했나? 하고 둘러보니,
- 옆에 빈 해골이 뒹굴고 있더래요. 그걸 보고 원효는 깜짝 놀라 더러운 생각이 들어 먹은 걸 모두 토했다지요.
- ♣ : 그래서?
- ♧ : 어제 모르고 먹을 때는 그렇게 시원했던 물이, 해골에 있던 물이란 걸 알고는 구토가 생겨 전부 토한 이유를 생각하다가,
- 그 원인이 스스로의 마음에 있음을 알고는 一切唯心造(모든 것은 내 마음에 있다.)라고 했다는군요.
- ♣ : 그래서?
- ♧ : 그래서 중국으로 가던 원효는 중국에 가서 배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,
- 모든 게 내 마음임을 깨우쳐, 중국에 가는 것을 걷어치우고 조국에서 유명한 승려가 되었고, 의상은 그대로 중국으로 갔다고 하지요.
- ♣ : 일본에 있는 원효와 의상에 대한 행적 기록에는
- 원효와 의상이 밤중에 어느 굴속에 들어가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그 굴은 무덤에 파여 있던 여우굴이었단다.
- 다시 하루를 더 묵게 되어 그 굴에서 자게 되었는데, 무덤 속의 굴이라는 것을 알고 난 원효가 밤새 귀신 꿈에 잠을 설쳤고,
- 그 후 원효가 깨닫기를 ‘같은 무덤 속의 굴인데 모르고 잘 때는 그렇게 좋았는데 무덤 속이란 걸 알고 난 후는 밤새 귀신 꿈에 잠을 설친 것’에 대해 생 각하다가,
- 그 이유가 자기의 마음가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‘一切唯心造 ’를 깨달았다고 한다.
- 어쨌든 같은 뜻이니 왈가왈부할 건 없다,
- 그 결과 원효는 중국에 가지 않았지만, 깨달음의 수준이 대단해 요즈음은 서양에서 원효의 진리를 연구하는 모임까지 생기고 있다.
- ♧ : 원효의 깨달음 수준이 높긴 높았나 보지요?
- ♣ : 그렇게 간단한 것에서도 큰 깨우침을 얻을 정도로 영성이 풍부했으니 그 이후의 깨달음이야 어땠겠냐?
- ♧ : 아까 석가모니에게 질문했다는 그 제자는 뭐라고 했대요?
- ♣ : 아무 말 없이 그냥 보따리 싸더니 떠났단다. 석가모니의 그 답변을 알아듣지 못한 것이지.
- ♧ : 그랬군요.
- ♣ : 이렇게 깨달음의 길은 백지 한 장 차이지만 쉽지 않다.